한국 태권도가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 11회 연속 종합우승을 확정 지었다.
그러나 불과 2년 전으로 시간이 돌아간 다면, 겨루기와 함께 한국이 독주할 것으로 예상했던 품새 분야도 큰 위기를 맞았다.
페루 리마에서 열렸던 ‘2016 리마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에서 가까스로 종합우승을 지켰기 때문이다. 상대국 실력 향상과 기량 평준화로 턱밑까지 쫓는 위협을 느꼈다.
당시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 통산 8회 우승을 한 서영애 사범을 비롯한 국내 지도자는 2년 뒤 종합우승은 장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그리고 2년이 흘렀다. 그 평가를 받는 ‘2018 타이베이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에서 기대 그 이상의 성과를 달성했다.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금메달 행진이 이어졌다. 대표팀 주위에서는 “이렇게 많이 따도 되는 거야”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였다. 대회 관계자는 한국팀은 더 보수적인 잣대로 평가해도 워낙에 상대들보다 실력이 출중해 그 결과로 이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절대 한국에 이점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나흘간 열린 대회 현장을 오전부터 자정까지 지키며 선수들을 격려한 최창신 회장은 “솔직히 기대 이상 성적을 올린 것은 맞지만 선수들 입장에서는 당연한 결과”라면서 “겨루기와 달리 상대적으로 지원이 적었던 품새에 이번에 협회가 더 많은 지원을 했고, 선수단도 2주간의 강화훈련을 열심히 해준 결과다”고 총평했다.
애초 한국은 이번 대회에 단체전 출전은 계획이 없었다. 그러나 국내 품새 선수단들의 간곡한 요청으로 뒤늦게 출전을 결정했다. 36개 부분에 5개 부문을 제외하고 31개 부문에 총 45명(남 24명, 여 21명)이 출전했다.
사전 강화훈련과 해외 출전에 따른 항공료와 숙식 및 기타 경비 등 이전과는 확연하게 늘어난 예산을 전용하고, 태권도인 출신의 경제인인 김상진 부산시태권도협회장을 단장으로 선임해 그 부담을 함께 했다. 또 대회 현장에 대표팀에 선발된 소속팀 지도자들의 격려와 후원금이 큰 힘이 됐다.
최창신 회장은 “인원이 너무 많다보니까 예산이 많이 들었다. 겨루기만큼 중요한 분야이기에 지도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할 수 없었다. 그래서 단체전까지 모두 출전을 결정했다. 예산이 많이 부족했으나 전남 구례군과 김상진 단장이 많은 부분 도움을 준 덕에 대규모 선수단이 출전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선수단의 좋은 성적 뒤에는 김상진 단장의 역할도 빛이 났다. 대회 전 합숙 때문에 선수 단사기 진작을 위해 회식과 격려를 했을 뿐 아니라, 추가 선발된 대표 선수단의 훈련용품 등 일체를 지원했다. 대회 현지에서도 매일 선수단과 똑같이 움직이면서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김상진 단장은 “이번 대회를 통해 품새 분야도 겨루기 분야와 균형 있는 지원 정책이 세워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선수들이 합숙 기간 지도자와 혼연일체가 되어 훈련과 사전 분석을 한 결과이다. 예상보다 많은 메달을 땄지만 이번 기회에 전 세계에 대한민국 태권도의 위상을 재확인함으로써 자부심과 해외에 파견된 한인사범과 경기 지도자들의 권위를 세우는데 중대한 기여를 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아시안게임 품새 세부 정식종목 채택 계기로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기술향상
올해 아시안게임에 태권도가 정식종목 채택된 계기도 한국 품새 분야 강화에도 큰 도움이 됐다. 국내외 일반 대중들도 겨루기 일변도의 태권도 경기에서 ‘품새’ 분야에 관심 갖는 계기가 됐다.
최창신 회장은 “근래 들어 품새가 겨루기보다 많은 관심이 생겨났다. 지난 아시안게임 이후 다양한 연령대의 비(非) 태권도인의 관심이 늘어났다. 실제로 주위에 많은 지인들이 품새 대회가 흥미로웠다고 연락해 왔다”며 “앞서 말했듯이 KTA가 품새 분야가 태권도 본질을 지켜가며 지속 발전 가능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회 나흘간 경기장에서 모든 경기를 꼼꼼히 지켜본 최 회장은 품새 경기가 진화 화면서 두 가지 측면에서 잘못된 우려가 있는데, 그것만 우리가 잘 지킨다면 충분히 좋은 경기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견해를 피력했다.
첫째로는 체조경기 무라 운동 그늘 속으로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것. 둘째는 지나치게 아크로바틱 기술이 주가 돼 눈요기로 변질되어선 안 된다는 것. 두 가지 공통점은 ‘태권도 정체성과 본질’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경기를 예로 들었다. 17일(현지 시각) 스페인팀 자유품새 페어전 경기 였다. 시작부터 치어리딩 기술과 함께 다른 팀과 구성이 확연히 달라 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점수는 최저치를 기록했다.
최 회장은 “그냥 보기에 스페인팀이 참 신선하고 창의적이었다. 나도 재미있게 봤다. 그런데 보면서 걱정이 들었던 것은 태권도라는 본질을 벗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겨루기도 그렇듯이 경기가 진화하면 분화 과정에서 문제점이 발생한다. 본질이 기술 개발을 끌고 가야 한다. 다행히 심판진이 7점대가 아닌 4점대로 평가해 태권도 품새 경기가 가야 할 방향성을 제대로 평가한 것 같아 안도했다”고 말했다.